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지음|와이즈베리|372쪽|1만7000원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황미숙 옮김|현대지성|232쪽|1만5500원

‘공정(公正)’에 목매는 세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에게 단골로 따라붙는 이름표다. 미디어에 비친 Z세대는 사회의 불공정에 적극적으로 유감을 표하는 세대로 그려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직장 동료 권민우가 대표적인 예. 그는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징계하지 않는 등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우영우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를 비판하며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권민우를 비롯한 Z세대는 과연 공정에 민감한가? 38만부 팔린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40)은 신간 ‘그건 부당합니다’에서 “기성세대들의 믿음과는 다르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딱히 공정이라는 단어에 목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는 Z세대의 ‘공정’이 ‘기회의 공정’인지 ‘결과의 공정’인지 등을 분석하려 하지만 ‘공정’이라는 렌즈로 Z세대를 들여다보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임홍택은 대신 ‘부당(不當)’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부당은 불공정과 똑같이 unfair 혹은 unjust로 번역되지만 핵심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Z세대는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옳지 못하고 부당한 행위를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단지 그 표현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공정하지 않습니다’ 혹은 ‘불공정합니다’란 말을 사용했을 뿐이다.”

임홍택은 “Z세대는 그저 반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각박한 성장 현실 속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 ‘시스템 안에서의 원칙’이며 이 생존 원칙을 위배하거나 저해하는 행위를 배격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경제력도 좌우하는 시대, 그나마 내 능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의 결정권을 빼앗기는 일에 젊은이들이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2020년 비정규직인 인천공항공사 협력 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취업 준비생 청년층이 집단 반발한 사건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그건 부당합니다' 저자는 '김지영’과 ‘현금지급기’를 결혼에 대한 공포의 예로 들며 “결국 본질은 가난”이라고 말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저자는 젊은이들의 비혼 및 저출산도 ‘부당’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82년생 김지영’이 여성의 입장에서 느끼는 독박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의 공포라면, ‘설거지남’·'퐁퐁남’ 논쟁은 남성 입장에서 가족의 ATM으로 전락할까 봐 생기는 공포라는 것. 저자는 “본질은 가난에 대한 공포”라 해석한다. 이러한 공포가 통상 결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주거 고민과 함께 ‘결혼은 곧 가난의 시작’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며, 젊은 세대는 가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자발적인 선택의 기회를 맞는다는 것이다. “바로 미혼 상태에 대한 유지, 즉 비혼이다.” 따라서 저자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결혼을 가난이라는 지옥으로 넘어가는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는 현재 젊은 세대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젊은 세대들은 인생에 드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이고 가치 있는 선택을 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이다.”

임홍택이 합리성을 바탕으로 Z세대를 이해하려 한다면, 일본 칼럼니스트 이나다 도요시(48)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영상을 빨리 감기로 시청하는 풍속도로 Z세대를 들여다본다. 저자가 지난해 대학생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87.6%가 빨리 감기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상을 ‘작품’이 아니라 ‘콘텐츠’로 바라보며, ‘감상’하기보다는 ‘소비’하는 것이다.

Z세대는 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가? 저자와 인터뷰한 Z세대들은 “틀리기 싫어서”라고 답한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각 분야 전문가를 ‘바로 곁의 라이벌’로 만들었다.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유행하는 콘텐츠를 아는 척하고 싶지만 자칫 ‘틀린 해석’을 내놓았다가 인터넷상의 ‘최강자’에게 비웃음 당할까 봐 효율적으로 빨리 보고 ‘정답’을 알아 둔다는 것이다. 이는 Z세대가 위 세대보다 유독 ‘부당함’을 더 느끼는 이유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비교 대상’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임홍택의 주장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 2005년의 젊은이들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자신을 비교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금수저’와 스스로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

두 저자 모두 “요즘 애들은 이래!” 단정하거나 “이래서 문제야!” 비판하기보다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임홍택은 Z세대와 공존하기 위해 “스포츠 경기에 적용되는 기본적 수준의 공정을 우리 사회에 접목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나다는 “먼 미래에는 ‘빨리 감기’로 영상을 보는 것이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오늘도 세대 격차로 고민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