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하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지음ㅣ김재경·장영재 옮김ㅣ웨일북ㅣ440쪽ㅣ2만2000원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고 배척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인간을 인간 이하로 여기는 것이다. 개·돼지·벌레로 보는 것이다. 스페인의 신대륙 약탈부터 미국의 흑인 노예, 홀로코스트와 난징대학살까지 모든 폭력은 이 같은 손쉬운 인식론적 기만 위에서 행해졌다. ‘비인간화’(dehumanization)라는 요술이다.
뉴잉글랜드대 철학 교수인 저자가 비인간화의 역사를 정리한 책. 입으로는 인류애를 부르짖지만 여전히 거리낌 없이 차별을 자행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담았다. 비인간화는 언제 시작됐을까?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 민속적 사고가 등장한 후기 구석기시대로 저자는 추정한다. 외부인에 대한 거부감, 동시에 동족상잔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극복하려 ‘우회로’를 찾아낸 것이다. 이 유구한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혐오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임을 인정하게 된다. 이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저자는 “비인간화의 역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