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노동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최근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싶어졌다. 부산 이동노동자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우한기씨가 쓴 ‘대리기사 이야기’(진인진)는 이런 플랫폼 노동에 대한 독서의 일환이었다. 흔히 알고리즘이라 부르는 배차 방식과 비용에 대한 현장의 얘기들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공장으로 치면 일할 때 기계를 사용하는 비용을 노동자가 지불하는 셈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손님을 받으려고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보험료를 매번 내야 하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일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좀 놀라웠다. 플랫폼의 정글과도 같다.
책에서 ‘젖는다’는 용어를 보면서 슬펐다. 굉장히 자조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서는 ‘젖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대리운전에 빠져들면 다른 일, 특히 직장 생활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결국 마지막에 선택하는 직업이기는 한데, ‘숙련도’가 발생하지 않는 독특한 영역이다. 오래 한 사람이나 그러지 않은 사람이나 시간당 수입이 크게 차이 나지 않고, 결국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특수 직종 같다.
‘5분 만남’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기사들끼리 서로 만나서 얘기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스스로 노동자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고,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파편화되니 개별 회사가 불평등한 조건을 은근슬쩍 밀어넣어도 협동 게임이 벌어지지 않는다. 해고도 쉽다. ID를 삭제하면 그게 바로 해고다. 대리운전 회사끼리 블랙리스트도 교환해서, 한 회사에서 퇴출되면 전혀 다른 지역에 가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는 것 같다.
건강 얘기도 좀 충격적이었다. 많이 걷는데도 건강이 좋지 않고, 족저근막염 같은 고질병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알아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는데, ‘똥콜’과 ‘돈 되는 콜’ 사이에서 도박 같은 선택을 하다 보면 자기 관리가 쉽지 않다. 까딱하면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숙제 콜’로 내몰린다. 책의 주장은 ‘대리기사법’으로 수렴한다. 알고리즘을 빙자한 지나친 수탈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이 책의 결과로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