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모든 이들의 신혼여행지였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까지,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는 신혼부부들로 가득 찼다. 섬에 도착한 부부들은 제주 일대를 순회하는 버스를 타고 곳곳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유채꽃밭이 내려다보이는 성산 일출봉은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사진 명소. 한복을 입은 부부들은 들판에 누워서, 조랑말 앞에 서서 저마다의 추억을 남겼다.
사진가 구본창(70)은 ”오색 한복을 입고 사랑 표현을 하는 모습이 지극히 ‘한국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백자와 비누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사진가. 6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85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건물 간판과 사람들의 옷에 새겨진 분홍, 노랑, 초록 빛깔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차분한 회색으로 칠해진 독일 도시와는 다른 모습에 오히려 매료된 그는 전국을 여행하며 한국의 일상을 담았고, 신간 사진집 ‘KOREA; In the 1980′s’(마음의눈)에 그 시절 모습을 모았다.
귀국 후 첫 사진 작업이었지만, 작품집으로 공개하는 것은 약 40년 만이다. 그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당시 사진들이 작품으로서 이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