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어크로스|624쪽|2만9000원
파리가 어지럽게 나는 건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파리는 양쪽 더듬이로 감지한 온도가 0.1도만 달라도 알아차리고 더 쾌적한 쪽으로 비행 경로를 계속 수정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런 목적성을 알고 나서 파리의 움직임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한다.
인간은 파리의 감각 체계를 이해할 순 있어도 파리처럼 감각하지는 못한다. 인간과 파리의 세계는 다르다. 우리의 오감이 가닿는 범위가 세상의 한 귀퉁이에 불과하다는 사실 앞에서 겸허해진다. 지구의 자연은 광활한 우주와 똑같이 광대무변하다.
감각의 세계를 냄새, 색, 자기장 등 자극원별로 소개한다. 코끼리는 땅의 진동을 감지해 의사소통하고, 거북은 자기(磁氣) 감각을 나침반 삼아 먼바다를 헤엄친다. 이 다채로운 세계를 보존하려면 인간이 더 세심해져야 한다. 가령 사람들은 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걱정하면서도 소음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배의 스크루 소음도 어떤 바다 생물들에겐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