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기사
크리스토퍼 데니스 지음·그림 |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48쪽 | 1만5000원
냄비 투구와 쟁반 갑옷 차림으로 기사 놀이를 할 때면, 어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빼미를 바라봤다. 알을 깨고 나올 때부터 올빼미의 꿈은 단 하나, 용감하고 지혜롭고 친구도 많은 기사가 되는 것. 낮엔 쿨쿨 자야 하고 체격도 턱없이 작은 올빼미의 꿈이 기사라니.
하지만 기회는 왔다. 밤마다 기사들이 하나둘씩 실종되자 기사 학교 추가 모집 공고가 난 것이다. 덜컥 합격해 기사가 된 올빼미의 첫 임무는 높은 망루 위에서 밤새 성벽을 지키는 일이었다.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인간 기사들과 달리 밤에 더 쌩쌩한 올빼미에게 딱 맞는 임무였다.
그런데, 이제 겨우 꿈을 이룬 초보 기사 올빼미 앞에 무시무시한 용이 나타났다. “무슨 기사가 이렇게 작아? 야식으로 꿀꺽하기 딱 좋은걸.” 올빼미는 침착했다. “아닐걸! 너무 작아서 한 입 거리도 안 될걸!” 잠시 뜸을 들이던 올빼미가 제안했다. “날 먹는 대신, 같이 피자 한 판 어때?”
아이들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화려한 아이돌 가수, 우주 로켓을 만드는 과학자, 노벨문학상을 타는 작가, 오지에서 봉사하며 사람을 살리는 의사….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꿈의 개수는 아이가 커가는 속도에 비례해 줄어든다. 키가 작아서, 수학을 못해서, 말이 어눌해서…. 줄어든 꿈의 숫자만큼 포기하는 이유도 구구절절 늘어난다.
때론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 약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우는 이야기. 목적지에 다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포기 않고 씩씩하게 계속 걷는다면 언젠가 가 닿을지도 모른다.
올해 미국의 권위있는 그림책상인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