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역사상 모든 주요한 전쟁의 원인이었다.”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본인 역시 한때 수녀였던 캐런 암스트롱은 택시 기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암스트롱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바로 ‘1,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종교가 아니었다’고 받아친다.

하지만 종교가 ‘모든 주요한 전쟁’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전쟁의 원인이 된 것은 사실 아닌가? 현재도 진행 중인 국제적인 갈등과 테러의 배후에 종교가 있지 않은가? 신념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은 비타협적인 태도로, 나아가 자신과 다른 믿음을 지닌 이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아닐까?

오늘날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상당수 지식인이 품고 있는 의심들일 것이다. 암스트롱은 그 질문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응하려 마음먹고 ‘신의 전쟁’(교양인)을 집필한 것 같다. 수메르 시대부터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수천년의 시간을 살피며 746쪽에 걸쳐 종교와 전쟁, 폭력의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소설가 장강명

암스트롱이 펼치는 여러 반론 중 가장 굵직한 주장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이렇다. 첫째, 종교가 원인으로 알려진 충돌의 배경에는 종교 외에도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가 있었다. 십자군 원정에서부터 최근의 자살 폭탄 테러에까지 모두 해당하는 말이다. 둘째,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근대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에는 거대한 폭력을 유발하는 ‘종교적 열정’이 남아 있다. 이를테면 민족주의가 그러하다. 암스트롱은 언급하지 않지만 강성 정치 팬덤을 이해하는 데에도 들어맞는 말이겠다.

책은 종교가 종교적 폭력에 책임이 없다고까지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이 두꺼운 저작은 종교를 위한 긴 변명에 불과한가? 어쩌면 처음부터 질문들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종교에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게 아니라 종교의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대규모 폭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종교가 가장 훌륭했을 때 수백년 동안 해온 일’을 해낼 방법을 이 세속의 시대에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