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2천년, 화해의 길목에서

손승철 지음 | 역사인 | 506쪽 | 2만8000원

일본 고대의 야요이(彌生) 문화는 한반도에서 벼농사 기술과 철기를 가지고 일본 열도로 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야마토(大和)국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로부터 건너간 사람들에 힘입어 성장하며 고대국가를 완성했다. 1475년 59세의 신숙주는 임종을 앞두고 성종에게 “원컨대 부디 일본과 화친을 잃지 마소서”라는 유언을 남겼다.

강원대 명예교수이며 한일 관계사의 전문가인 저자는 만남, 적대, 공존, 상처, 화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한일 관계의 통사(通史)를 썼다. 중세 일본은 폐쇄적인 대외 인식 때문에 고려를 적대시했고, 한국 역시 왜구 약탈과 임진왜란을 겪으며 일본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조선통신사가 왕래하며 공존과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근대에 들어 일본의 강점에 의한 식민 지배는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광복 후 20년 만에 두 나라는 국교를 재개했으나 반세기가 지나도록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두 나라는 결국 이웃으로서 공존하고 공생해 가야 할 상대이며,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반일·반한 감정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