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연 84억원의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에 대해 구조적 개편에 나섰다. 문체부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종도서 사업 전반에 투명성 부족, 방만·부실 운영 등 문제점이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도서 사업은 ‘양서출판 의욕 진작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맡아 매년 교양 부문 550종, 학술 부문 400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해 온 사업. 이 사업에 선정되면 1종당 800만원까지 정부가 책을 구입해 준다. 지난해 교양부문엔 8698종이 응모해 15.8대1 경쟁률을 보였다.

문체부가 지적한 세종도서 사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심사 기준의 모호성과 배점표의 부재. ‘기획의 독창성’ ‘내용의 완결성’ 등 12가지를 심사 평가 항목으로 삼지만 각 항목에 대한 배점표가 없어 개별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는 것이다. 둘째는 심사위원 구성의 허술함이다. 문체부는 “심사위원 후보 풀이 유관 단체의 추천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단체의 추천인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올해 사업은 민간 단체의 양서 추천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향을 논의중이며, 향후 전문가 논의를 거쳐 도서 구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출판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판 산업의 완제품인 ‘책’을 구입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공연만 해도 창작자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지, 티켓을 구입해 뿌리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출판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결국은 정부가 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꼼수’ 아니겠냐고 대다수 출판인이 우려하고 있다”며 “책 구입 예산을 늘리는 것이 저자와 출판사 모두를 돕는 길”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