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자유시장

제이컵 솔 지음|홍기빈 옮김|아르테|440쪽|3만4000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안 읽은 사람도 ‘보이지 않는 손’은 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역사학·회계학 교수인 저자는 역사적 맥락에서 분리된 비유만 유명해진 나머지 오해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 비유는 지금 자유로운 시장의 동의어로 통하지만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은 스미스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자유시장론의 사상적 근원을 찾아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키케로는 덕을 갖춘 토지 귀족 간의 거래를 공화정의 경제적 근간으로 봤다. 르네상스 도시국가들은 부의 축적을 금기시한 교회에 맞서 정부가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욕망에 일체의 정치적 개입을 거부하는 오늘날의 자유시장 개념은 20세기 미국 보수파의 발명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시장의 자유가 확대됐지만 세계적 경제 위기와 정부의 구제 금융은 되풀이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제를 이해하려면 20세기적 자유시장이 불변의 진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