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유현미씨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오후의 소묘)를 낸 그림책 작가 유현미씨는 20년 차 ‘도시 농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20평 규모 텃밭을 가꾼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 텃밭은 저를 살려줬다”며 “흙이 그동안 제게 들려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1년 동안의 농사 일지를 그림과 함께 책에 담았다. 텃밭 지침서라기보다는, 텃밭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제가 텃밭을 사랑했다기보다는, 텃밭이 저를 사랑했다”며 “(텃밭은) 제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물이 가물어 ‘기후 위기’를 몸소 체험했다. “설거지할 때 버리는 물도 아까워하게 됐어요.” 농사를 짓는 모든 순간이 기쁘지만, 특히 나누는 것의 기쁨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 경비실 입구에 마련한 ‘나눔상자’에 이웃들에게 나눠줄 작물을 넣어두곤 한다. ‘텃밭에서 방금 따온 아욱입니다. 넉넉하여 나눕니다’와 같은 메모를 붙여둔다.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나눌 줄을 몰랐는데, (나누는 게) 정말 재밌고 좋다는 걸 알았어요.”

작가는 작은 텃밭도 ‘소꿉놀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침·저녁으로 가기도 해요. 이제 6월이 되면 더 달려야겠죠. 텃밭에 가면 생각한 것보다 항상 일이 더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텃밭은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밑그림을 현장에서 그리면 맛이 살아요. 파라솔 그림을 비롯해 ‘이 그림은 밭에서 그렸겠다’ 싶은 걸 한번 찾아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작가는 책을 읽은 이들이 텃밭을 가꾸기를 권한다. “흙이 좋아도 모두가 귀촌할 순 없잖아요. 작은 텃밭이어도, 날마다 가지 않더라도, 농사를 통해 흙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추천하는 건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다. “텃밭에 가면 아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같이 놀게 될 거예요. 어른이 되어도 속에는 아이가 남아 있잖아요. 텃밭에선 그 아이가 되살아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