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곽미성 에세이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어떤책)의 부제는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입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회사원 생활과 저술 활동을 병행하는 저자는 단지 이탈리아가 ‘좋아서’ 파리의 이탈리아문화원에 등록해 이탈리아어를 배웁니다.

불어에 능통하니 비슷한 이탈리아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지요. “같은 왕초보라도 라틴어권 유럽인들은 서로의 언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듯 보였다. 문법과 단어를 정확히 몰라도 맥락만으로 쉽게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그 때문에 나는 내 프랑스어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다.(…) 한국어를 잘하는 프랑스인이 한국인보다 제주도 방언을 못 알아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열등생’으로서의 나날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외국어 공부란 시시포스의 형벌 같다”고 말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완성이 어디 있는가. 나는 프랑스어의 세계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고, 그런 날은 절대로 오지 않으리란 걸 안다. 산 정상 위에 머무르지 않는 바위와 같이 외국어에 완전한 단계란 없다. 그러니 외국어 공부의 진짜 고통은 그 끝없음의 허무와 싸우는 데 있다.”

이탈리아어 실력이 중급 단계에 이르자 저자는 볼로냐로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마음껏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정작 홈스테이하게 된 집 주인은 불교신자인 채식주의자…. 좌충우돌 학습기를 읽어가다 보면 쓸모와 상관없이, 단지 ‘좋아서’ 다른 나라 말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들이 ‘다른 나라’를 마음에 품고 산다. (…) 자발적인 선택이 대개 그렇듯이,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장소에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과 꿈, 이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