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길 천자문
김세중 지음|민속원|376쪽|2만3000원
어른이라면 천자문을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천자문’은 애당초 초학 아동서의 습자서로 쓰려고 지은 글이 아니라 4언(四言)으로 된 한시이므로, ‘-ang’라는 운자(韻字)에 맞춰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이라 읽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이다.
최소 4~6구 단위의 긴 호흡으로 천자문을 읽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天地玄黃,宇宙洪荒’이 단순한 글자 암기를 넘어서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시공은 무한하고, 파악되지 않는다”는 한 편의 시이자 잘된 문학작품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국악 이론 및 미학 연구자인 저자의 주장이다. “‘천자문’은 실마리(서언)와 결언(바치는 글)을 갖추고 그 중간 방대한 본문을 ‘중국 역사’와 ‘선비의 일생’ 두길 서사(narrative)로 요령 있게 구축했다.” 저자가 말하는 ‘두길’이란 ‘두 갈래’, 혹은 ‘두 줄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