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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줄리 필립스 지음|박재연·박선영·김유경·김희진 옮김|돌고래|536쪽|3만3000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은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아이 둘을 영국의 식민지였던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에 남겨둔 채, 1949년 첫 소설 원고를 들고 런던으로 떠났다. 그는 작가 경력을 위해 아이들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인 어슐러 르 귄은 아이가 잠들고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글을 썼다. 때로는 서재 문을 열어 놓고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면서 “잠깐만 있어, 이 문장만 끝내자”고 중얼거렸다.

저자는 수전 손태그, 셜리 잭슨, 토니 모리슨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엄마로서의 삶을 취재했다. 끝없이 창작을 방해하는 아이들을 떼어놓으면서 이들은 죄책감을 느꼈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시간이 늘 부족한 이유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가 울어서 괴로운 게 아니다. 아이가 너무 자주 웃어서 그렇다.” 사랑스러운 방해자들을 피해 시간을 확보하려는 대작가들의 고군분투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