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긴다

김중근 소설|기파랑|300쪽|1만8500원

“나는 공화국을 탈출할 것이야.”

북한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날, 베이징 북한 대사관의 일등서기관 강철민은 대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아버지가 장성택의 측근인 덕에 ‘금수저’였던 강철민의 인생도 그날로 파란만장해진다. 대사와 함께 탈북을 감행한 그가 미국으로 망명하고,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북한으로 잠입하고, 이후 대한민국에 정착하며 겪는 각종 에피소드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전직 외교관인 저자는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며 북한에 머물렀던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체제에 순응하던 엘리트가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 현실의 비참함을 직시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주인공이 갖은 고난을 통해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만나는 뭇 여성들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다는 무협소설의 전형적 내러티브를 그대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