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아

“조부모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사회가 될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 그랜드패런츠 존’(No Grandparents Zone·인디펍)을 낸 황선아(42)씨가 말했다. 잡지 기자로 일하던 그는 아이를 직접 키우기 위해 5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시가와는 집이 거리가 멀고, 8남매 집안의 장손과 결혼한 친정어머니에게는 아이를 부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게 아이와 부부에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을 벌리지 않은 것이 별난 선택을 한 것처럼 여겨지더군요.”

양가 부모가 육아를 도와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 하는 것 같지만, “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손주 양육보다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다 여기는 조부모도 존중되어야 하고, 아이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의 부모도 양육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외부 도움 없이 아이를 직접 키우는 소위 ‘육아독립군’ 부모들과 나눈 인터뷰를 실었다. 제대로 된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 결국 시간을 쪼개 아이를 직접 돌보거나, 육아휴직을 쓴다고 했더니 “친정엄마에게 애 맡기고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부부 등 고단한 육아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터뷰하는 데에 14개월이 걸렸다. 인터뷰이들이 육아로 바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밤 10시 넘어 줌으로 수차례 진행했다. 작가는 “9개 가정의 이야기지만, 다른 가정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빛나지는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보물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책을 통해 육아 문화나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