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바람직한 환자와 의사 관계를 만들어야 할 젊은 의사들이 읽길 바랍니다.”
김현아(59) 한림대성심병원 내과 교수가 최근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돌베개)를 출간했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오랜 대기 끝에 의사와 대면하지만 정작 진찰 시간은 ‘3분’에 그치는 이유, 환자로서는 의미도 잘 알 수 없는 각종 검사 시간이 진찰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이유 등 30년 넘게 의료 현장에서 목격한 뿌리 깊은 문제들에 대해 썼다.
김 교수는 ‘3분 진료’ ‘검사 공화국’ 현상의 원인은 ‘진찰료’보다 ‘검사료’가 병원에 더 큰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병원 경영진은 의사들이 진료 시간을 줄여 더 많은 환자를 받게끔 몰아붙인다”며 “이런 진료의 변질이 최근 10년간은 더욱 심해져 참을 수 없었고,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를 의료의 ‘인간 소외’ 문제라고 봤다.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는 무너지고, 그 자리를 과대 포장된 각종 첨단 검사와 시설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가 공공재 성격을 잃고 시장에 내맡겨졌기 때문”이라며 “의료가 수돗물처럼 공공재 성격을 가진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재정의 절대적인 부분이 공적 자본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유지되죠. 그런데도 정부가 민간 자본에 병원 운영을 모두 맡겨두고 뒷짐을 진 결과입니다.” 해결책은 뭘까. “덤터기를 안 쓰고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 기관이 30%, 적어도 10%는 돼야 합니다. 공공 의료가 사립 병원과 경쟁할 정도가 되어야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