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허위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게 한 대가로 1억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씨는 “내가 쓴 책 세 권을 김씨에게 팔고 받은 돈”이라며 “판권이 아니라 책 세권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 출판 전문가들은 “고서(古書)나 희귀본을 통틀어 보더라도 대단한 고가(高價)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국내 현대문학 서적 중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책은 1926년 출간된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의 초판본으로 지난 2월 1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1925년)은 2015년 경매에서 1억3500만원을 기록했다. 백석 ‘사슴’의 초판본(1936년)은 2014년 7000만원에 팔렸다. 고서 전문가 A씨는 “20세기 이후의 책 가격이 1억원이 넘는 경우는 유명인이나 독립운동가의 자필본 등 대단히 큰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했다.
19세기 이전의 고서 중에서도 가격이 1억6000만원 정도에 이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A씨는 “보관이나 인쇄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그 정도라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급의 책 가격”이라고 했다.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주로 고려 시대나 조선 초기의 문화재에 해당하며, 조선 후기 책이라면 100여 권에 이르는 정조 문집이나 14권짜리 ‘이충무공전서’ 전질이 억대에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15세기 갑인자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들도 권당 400만~500만원, 조선 후기의 문집이라면 100만원 아래인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광복 이후의 책들은 어떨까. 자필 서명본이나 장정을 특별하게 제작한 특장본(特裝本)의 경우라 해도 100만원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0년 법정 스님이 입적한 직후 수필집 ‘무소유’를 절판하기로 하자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해 1993년판이 110만원대에 거래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가격이 떨어져 지금은 1976년 초판본을 인터넷 서점에서 50만원에 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