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 이윤희 그림 | 창비 | 48쪽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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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도 내리던 겨울이었다. 지하 주차장 앞을 지나던 소년에게 희미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왕, 왕!” 어두운 구석, 버려진 종이상자 안에 작은 갈색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소년이 다가오자 강아지가 갑자기 또 “왕!” 짖었다. 깜짝 놀라 뛰어나간 소년. 그런데 저 멀리서 그 강아지가 뛰어 따라왔다. 소년은 제 목의 빨간 목도리를 풀어 강아지를 안아올렸다. 서로를 선택한 소년과 강아지의 동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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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코코’, 짧고 단순한 걸로 정했다. 혹시 예전에 불렸을지 모를 다른 이름은 빨리 잊도록, 쉽게 반복해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어렵지 않게 서로의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소년과 코코는 함께 자랐다. 코코슈퍼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코코살롱 미용실 앞을 지나칠 때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강아지가 참 예쁘다’며 소년과 코코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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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게도 힘든 순간이 온다. 힘든 일을 겪고 방 안에 혼자 틀어박히면, 코코는 그때마다 다가와 소년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내가 찾은 재미있는 골목을 줄게. 좋아하는 전봇대와 그 밑에 핀 풀꽃, 놀이터 모랫바닥의 반짝이는 병뚜껑들, 천변의 붕어들.’ 사람들은 반려견을 돌봐준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람과 놀아주는 건 반려견 쪽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반려견과 함께 자라며 무조건적 헌신과 애정을, 또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아끼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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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가 안나던 산동네 가파른 계단도 코코와 함께 뛰면 금세 뛰어오를 수 있었다. 내려다보면 오래된 주택가와 길 건너 새 아파트 단지가 모두 발 아래 펼쳐졌다. 시간이 흘러 재개발로 모두가 떠난 동네. 소년이 낡은 아파트와 작별하는 날. 코코는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는 듯 집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간다. 한 입 가득 세상보다 따뜻한, 소중한 ‘무언가’를 물고 다시 소년에게 돌아온다. 둘이 처음 만나 동행을 시작했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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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현우가 원래 시로 썼던 자신의 반려견 코코 이야기를 그림책을 위해 다시 쓰고, 역시 과거에 코코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함께 한 적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윤희가 그림을 그렸다. 책 뒤 속표지에 원래의 시가 실려 있다.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은 추천사에서 “지어 부른 이름 안에 깃들었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안에 가득했던 경이로운 사랑과 깊은 연민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