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위기
아름다운 꽃을 본다.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늘어나는 ‘좋아요’ 숫자를 확인한다. 그런데 꽃을 보고 느꼈던 처음의 감동은 어디로 간 걸까?
독일 베를린예술대 철학 교수를 지낸 저자는 ‘서사’와 ‘스토리’를 구분한다. 고유의 경험과 맥락이 있는 이야기가 서사라면 스토리는 단순 정보다.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스토리의 재생산에 몰두할수록 삶은 공허해진다고 경고한다.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다산초당, 1만6800원.
촉진하는 밤
“내가 이 시대에서 얻었던 상처(傷處)들을, 그 상(傷)함의 거처(居處)들을 ‘적(迹)’으로 환치시키기 위하여 나는 시를 썼다.” 첫 시집 수록작 ‘시인의 산문’에 이렇게 썼던 저자가 여섯 번째 시집을 내놨다. 시적 자아는 아직도 상처를 어루만지는 중이다. 시집 전체에 ‘밤’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그곳에서 아물지 않은 상흔을 촉감하며 깊은 내면으로 접근해 간다. 김소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2000원.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
2013년 영국이 성매매와 불법 약물을 산정 기준에 포함시키자 GDP(국내총생산)가 100억파운드 상승했다. 그래도 GDP를 국가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할까.
영국의 통계학자인 저자가 숫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통계적 사고’를 소개한다. 모든 것이 계량화되는 시대일수록 숫자의 행간을 파악하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폴 굿윈 지음, 신솔잎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8800원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
‘인간 세포 아틀라스’에는 전 세계 1만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규명 등을 목표로 37조 개에 달하는 인체 세포 전체의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영국의 면역학 전문가인 저자가 이를 비롯해 인체와 생명을 탐구하는 과학의 최전선으로 안내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인간생물학’이라고 단언한다. 대니얼 M. 데이비스 지음, 김재호 옮김, 에코리브르, 1만8500원
정약용의 음악 이론
다산 정약용의 음악 이론서 ‘악서고존(樂書孤存)’은 논란의 책이었다. 동양 음악을 과학적으로 집대성했다고 막연히 알려졌지만 오류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음악 연구자인 저자가 그간 전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 책을 해석·비판했다. 음악적으로는 설득력이 약한 부분이 많지만, 음악 실용서가 아니라 다산 경학(經學)의 완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세중 지음, 민속원, 3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