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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진화가 지구가 탄생한 지난 45억년간, 생명의 진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올해 퓰리쳐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였던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는 소리의 진화를 다룹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초에, 소리가 없었다.
물, 바람 등의 소리는 있었지만 소통을 위한 소리는 없었다고요. 침묵의 지구에 소통을 위한 첫 노래를 가져온 건 고대 귀뚜라미라고 하네요. 적막하던 지구에 귀뚜라미 울음소리가(그 울음은 현대 귀뚜라미의 울음보다는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가득 차는 장면,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요?
딱딱한 과학 이야기를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 책. 번역도 빼어납니다.
[35억년간 침묵하던 지구… 소통 위한 첫 ‘노래’는 귀뚜라미였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에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란 미국 SF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머스크가 청소년기에 가장 좋아한 책 중 한 권입니다. 하인라인은 책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이 책의 우리말 번역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습니다. 작품 속 여성의 키가 원문에는 180㎝로 남성 화자보다 큰데 번역본엔 이를 168㎝로 옮겼고, 70㎏인 여성의 몸무게도 48㎏으로 줄였으며, “She was taller”라는 문장을 “그녀는 나보다 약간 작았다”고 옮긴 것이죠. “여성은 남성보다 키가 커도, 체중이 더 나가도 안 되는 건가. 의도적 오역 아니냐”며 독자들이 항의했고, 결국 출판사는 시중의 책을 회수하고 수정해 다시 내기로 했습니다. 역자는 제대로 옮겼는데 편집 과정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출판사측 해명. 불미스러운 소동이지만 원문을 일일이 대조해 볼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이가 실재한다 믿었던 슐리만처럼, 어떤 독서가들은 책 속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믿습니다.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 도전하는 머스크 역시 그런 독서가 중 한 명인 것이죠. 인류의 진보는 결국 그런 몽상가들이 이끄는 것일지도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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