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문학사 강의
박희병 지음|돌베개|전3권|세트 8만원
“잡사와 두어리만/선하면 아니올세라.”
고려속요 ‘가시리’의 ‘선하면’(서운하면)이라는 단어에는 “‘깊은 헤아림’이 스며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님을 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싶지만 그 때문에 혹 님이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되면 다시는 안 올지도 몰라’라는 사념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조는 700~800년 후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환생’한다. 님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는 ‘진달래꽃’의 서정적 자아가 ‘가시리’와 맞닿아 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국문학자로 서울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퇴임 전 마지막으로 개설한 수업 내용을 엮었다. 단군신화에서 시작해 관동별곡 등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도달한다. 국문과 전공수업이지만 명강의로 소문나 공대생 등 다양한 학생들이 수강했다. 치매 어머니의 호스피스 간병일기를 절절하게 엮은 ‘엄마의 마지막 말들’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그 ‘아들’의 학자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