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아

‘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세미콜론)를 낸 정경아(68)씨는 자신을 ‘건달 할머니’라고 표현한다. “젊을 땐 남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았어요. 그런데 퇴직하고 보니, 어머니 세대와 다른 저만의 서사를 갖고 싶어졌습니다. 쉬는 게 일이니까 건달이죠.” 30여 년 다닌 직장을 그만둔 뒤로, 누구보다 열심히 쉰 시간을 책에 담았다. 서울의 문화센터 두 곳에서 중국어, 한국 전통 춤 등을 배우고, 동네 산책하고 독서하는 게 하루 일과다. “퇴직하고 나면 ‘사회로부터 잘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그런 소외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신이 나요. 제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열린 거잖아요.”

작가는 ‘결혼한 독신주의자’를 표방한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대구에 있는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냈고, 퇴직한 후에도 예전처럼 대구를 가끔씩 방문한다. “남편은 퇴직하고 단독주택에서 자연인 놀이를 하고 싶어 했어요. 저와 하고 싶은 일이 다른 거죠. 주변의 시선이 부정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덕담만 하니 좋아요.” 남편, 자녀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가족을 보기 위해 문화센터 출석률 목표는 50%다. 그래도 HSK(중국어 시험) 4급을 2년 만에 통과했다. 작가는 “중년 여성들에게 선행 학습 같은 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60살에 퇴직을 한다 해도 그다음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계획해야 되잖아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해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