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고종은 동학군 진압을 위해 청군을 불러들여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구실을 내줬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무분별하게 외세에 의존한 군주였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지낸 저자는 어려서부터 역사에 깊이 빠져들었다. 누구나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암기력 테스트 과목으로 만들었을 뿐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펼친 적이 없다는 지적이 신랄하다. 최중경 지음, 믹스커피, 1만9000원


판단력 수업

삶은 판단의 연속이다. 그런데 판단의 근거인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에도 사람들은 잘못된 판단을 한다. 여전히 이성보다 감성이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헌법학자(이석연)와 언어학자(정계섭)인 두 저자가 판단을 내릴 때 빠지기 쉬운 40가지 오류와 편향을 정리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폐를 진단하고 국가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했다. 이석연·정계섭 지음, 한국표준협회미디어, 1만8000원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인류는 오랫동안 세상의 진리가 자연의 정연한 질서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때로 무작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복잡계 연구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저자가 무질서 속에도 나타나는 세상의 진리를 소개했다. 25세에 노벨상을 코앞에서 놓쳤던 경험을 비롯한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과학의 의미와 가치까지 살펴본다. 조르조 파리시 지음, 사이언스북스, 1만6900원


피할 수 있는 전쟁

미·중 파워게임의 결말은 무력 충돌일까. 패권 경쟁은 필연일 수 있어도 전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에서 오는 균열을 ‘관리’하면 충돌 없이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호주 전직 총리이자 현 주미 호주 대사인 저자는 중국이 폭력적인 독재 국가라는 식의 단편적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을 직접 만나며 쌓은 깊은 식견이 돋보인다. 케빈 러드 지음, 글항아리, 3만원


번역: 황석희

영화 자막이나 책날개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역자 소개를 그대로 제목으로 삼았다. 영화와 책, 뮤지컬, 연극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번역가의 에세이. 영화나 번역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가 일상에서 느낀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나간다. 늘 남의 뉘앙스를 포착해 전달하던 번역가가 ‘한 줄에 최대 12자’라는 자막의 제한을 내려놓고 써 나간 자신의 이야기가 솔직하고 자유롭다. 황석희 지음, 달,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