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정의

마사 너스바움 지음|이영래 옮김|알레|512쪽|2만5000원

케냐의 국립공원에서 오랜 시간 코끼리를 연구했던 동물학자 조이스 풀은 임신 후 코끼리 곁을 떠나야 했다. 2년 뒤, 풀이 갓 태어난 딸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돌아가자 코끼리 무리가 자동차를 에워쌌다. 코를 쭉 뻗어 우렁찬 나팔 소리를 내더니 소변과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를 만났을 때 벌이는 환영 의식이었다.

저명한 법철학자인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이 가능한 세계를 꿈꾼다. 모든 동물이 친구가 된다면, 야생동물을 착취하거나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울 순 없을 것이다. 저자는 동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야 하는 철학적인 근거부터,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할 법적 제도까지 사려 깊게 살핀다.

‘고통받는 인간도 허다한데, 동물까지 신경 써야 할까.’ 많은 이가 떠올릴 법한 질문에 저자는 동물의 삶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인간성의 일부이며, 그것이 없다면 인간의 삶마저 피폐해질 것이라 답한다. 저자의 겸손한 자세와 동물을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에 읽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