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립 도서관이 지난해 뉴요커들이 빌려간 책 순위를 집계했더니, 5개 자치구 중 맨해튼과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보니 가머스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가 1위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책 제목이 익숙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아 이웃에게 주었던 책이더군요. 왜 책은 버리고 나면 꼭 읽을 일이 생기는가, 후회하면서 도서관을 뒤졌지만 몽땅 대출 중. 결국 이웃에 양해를 구하고 빌려 보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화학 석사 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일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자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홀로 딸을 키우며 분투하던 엘리자베스가 생계를 위해 주부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되고, “요리는 화학”이라며 시청자들에게 화학을 가르치는 이야기. 전 세계 1000만부 넘게 판매되었고, 드라마로도 제작돼 지난해 애플 TV에서 방영되었습니다.
딱딱한 화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생각해보니 물질과 물질이 만나 서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는 화학의 속성이 독자들을 매료시킨 게 아닌가 합니다. 어느덧 새해도 3주 차. 꿈꿨던 변화가 없어 낙담하고 계신다면, 엘리자베스가 시청자들에게 한 이 말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