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정당화의 심리학

존 T. 조스트 지음|신기원 옮김|에코리브르|552쪽|3만5000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 시대, 백인 가정에서 집안일을 하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저임금으로 착취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 흑인 여성이던 이들은 훗날 인터뷰에서 “부유한 백인 고용주와 상생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답했다. 비참한 현실을 자각하기보다,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정서적 위안을 얻는 편을 택한 것이다.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25년간 억압적인 체제를 옹호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해 왔다.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부의 재분배에 반대하고, 독재 사회에서 고통받으면서도 독재자를 열성적으로 숭배하는 모순적인 현상들을 체제 정당화 이론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제시한 여러 원인 중 하나는 무력감이다. 연구에 따르면, 삶에서 무력감을 느낄수록 불평등을 약자의 탓으로 돌리고 현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경향이 강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처럼, 안락한 무지의 세계를 벗어나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