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검사라고 하면 정권의 주구(走狗)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 시절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공산주의, 주체사상 같은 이념을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21세기북스)를 낸 문성우(68)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말했다. 그는 1984년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을 지냈고 2009년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퇴임했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한다.

책은 해방 이후부터 대한민국 근세사를 조망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오해하고, 곡해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며 “한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쓴 책”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산업화와 민주화는 대립 관계가 아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편을 가르고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포퓰리즘이 어떻게 뿌리 내리게 됐는지, 각자도생하지 않는 공익적 사고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그는 퇴임한 이듬해부터 영어학원에 다니며 원서를 독파했다. 오늘까지도 이 루틴을 이어오고 있다. 장장 900쪽이 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디플로머시(Diplomacy)’를 1년 2개월에 걸쳐 읽고 나니 세계정세가 눈에 들어왔다. 세계 속의 한국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우리의 실패와 성공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핑크빛일 수 있다”며 “한국 사회가 좀 더 품격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문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