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화사

안대회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704쪽 | 4만4000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 놓은 시화(詩畵)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시화(詩話)란 시와 이야기가 섞인 개념이다. 그것은 한국문학사에서 오래도록 널리 읽힌 수필이자 비평으로, 시 쓰기를 즐겼고 시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했던 한국인의 전통이 녹아든 문학 갈래라는 것이다. 과거엔 오래도록 시가 지식인 토론의 중심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시화’란 것이 가능했다. 시를 보는 기준, 시인에 대한 평가와 시작법, 시에 대한 일화까지 시를 두고 온갖 이야기꽃이 피었으며, 그것은 그대로 인간과 사회와 풍속과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 돼 왔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고려 시대 정서의 ‘과정잡서’, 이인로의 ‘파한집’과 최자의 ‘보한집’에서부터 시화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조선 시대 성현의 ‘용재총화’와 이수광의 ‘지봉유설’도 시화로 재해석한다. 그 끝자락에 최근 저술인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둠으로써, 시화가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열려 있는 비평 형식이라는 것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