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에이저

사라 제프 게버 지음|배상윤 옮김|천년의상상|360쪽|2만3000원

‘솔로 에이저(Solo Ager)’ 즉 ‘홀로 늙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 책은 미국의 인생 2막 전문가가 자녀 없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2005년 퓨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부머의 19.4%가 아이를 갖지 않았다. 베이비부머는 피임약 도입 이후 청소년기에 접어든 첫 세대이자, 성별 기준 차별이 범죄로 인정되는 등 여성 인권 향상을 경험한 세대이다. 그러나 과연 ‘혼자 늙는 것’이 딩크나 비혼만의 문제일까?

책 추천사를 쓴 노인학 전문가 해리 릭 무디 박사는 말한다. “‘나는 솔로 에이저가 아닌데…'라고 하지 마세요. 웬만큼 오래 사는 한 우리 모두는 솔로 에이저입니다.” 평균수명 증가만 문제는 아니다. 미국 통계에서도 18세 이상 인구의 거의 50%가 싱글이다. 그러니 2023년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고, 합계출산율 0.72를 찍은 한국 독자들에겐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다 해도 늙은 부모의 ‘안전망’ 작용을 한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 자식을 둔 일부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자녀 없는 사람들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삶의 만족, 행복, 그리고 말년의 건강한 정신은 모두 특정 사회적 지원 시스템에 의한 것이지, 반드시 성인 자녀들에게서 오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말년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해 준다고 할 수는 없다. 자녀는 기껏해야 수용 가능한 수준의 부담 내에서만 작동하는 안전망이다.”

그렇다면 ‘혼자 늙어가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일단 “건강과 가족력에 근거한 기대수명은 얼마인지 계산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에 따라 은퇴 후 죽을 때까지 필요한 지출액을 계산하고, 재무설계사를 만나 미래 수입원과 지출액에 맞게 노후를 설계하라는 것이다.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취미가 있나? 직업학교 등에서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가? 관심 분야 외 타 분야의 재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나?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는 “지난 20년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자녀 노인들과 유자녀 노인들은 심리적 안녕감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고령화의 도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공 학자들에 따르면 고립과 외로움은 흡연보다 더 나쁘다. 탄탄한 네트워크가 ‘홀로 늙어가기’의 선결 조건이다. ‘현대 노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 의대 교수는 “관계가 건강한 노화의 열쇠”라 결론짓는다. 저자는 “배우자나 인생의 동반자가 있더라도 공백을 메우려면 주위에 두세 사람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친구나 가까운 친척을 합해 5~10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친구를 사귀려면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도 조언하면서 이웃의 젊은 부부와 두터운 관계를 쌓아 의료 및 재정적 의사 결정을 대신하고, 유언 집행자가 될 수 있는 후견인이 되어 달라 부탁한 80대 부부의 사례를 소개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거 설계 또한 홀로 잘 늙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많은 솔로 에이저가 은퇴 후 해외에서의 삶을 꿈꾼다. 현재 65세 이상 미국인 50만명 이상이 사회보장연금을 미국 이외 주소에서 받고 있다. 미국 노인협회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탈리아 레 마르케, 포르투갈의 카스카이스 등이 우수한 의료 서비스, 물가가 저렴하고 안전하며 노인들에게 친절하다는 점 덕에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한 최적의 해외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섣불리 결정하는 건 금물. 저자는 “해외 이주 후보지의 아파트를 몇 달 동안 임차해 향후 몇 년간의 휴가를 후보지에서 보내며 사계절을 경험해 보라”고 말한다. “그 지역 신문을 6개월~1년간 구독하라. 후보지에 기반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눠 보라. 해외 생활이 적합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인연을 끊지 말라.”

워크북 형식으로 기술돼 부담없이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의 책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와 함께 읽는 것도 좋겠다. 단 이 책의 저자는 우에노 교수와는 달리 ‘자택 노후(Aging in Place, AIP)’를 위험 요소라 생각한다. 시니어 코하우징(공동주택), 홈 셰어, 은퇴자 복합 단지 등을 고려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현실이 개호보험이 잘 갖춰진 일본과는 판이하기 때문일 것. 미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위치한 우리가 어떻게 ‘홀로 늙어가기’를 고민해야 할지를 시사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