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닭의 미래
양안다 지음 | 난다 | 168쪽 | 1만5000원
열두 시인이 1년 동안 매달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권의 책. ‘시의적절’ 시리즈가 양안다 시인의 4월을 엮었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시·산문·고백·선물·일기·단상 등으로 매일 흔적을 남긴다. 그는 201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몽상과 거울’ 등을 냈다.
4월 1일 만우절. 양안다는 “시가 다 무슨 소용이야? 솔직히 나는 시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어”라고 친구에게 말하려다 그만둔다. 그는 만우절에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만우절은 “거짓말을 하는 날이 아니라 거짓말에 진심을 섞는 날”이다. 4월 3일의 노트는 이렇게 쓴다. ‘밤에 보는 백목련은 어때? 한밤에 쏟아지는 눈송이 같아. 흰빛이야.’ 갑작스럽게 추위가 녹은 4월 13일의 시(詩)는 ‘피크닉’. ‘돗자리는 체크무늬였으면 좋겠어 옆구리에 피크닉 바구니 끼고 풍선을 불었으면 좋겠어 내가 바게트를 준비할게… 신에게 잘 데운 포트와인을 따라주고 싶다 인간의 검붉은 꿈속으로 초대하고 싶으니까’.
4월 16일에는 몇 년간의 일기를 나열한다. 2016년 지하철에서 누군가 시인의 가방에서 세월호 리본을 떼어냈고, 2019년 ‘악어’라는 시를 완성했다. 물과 육지를 다 다닐 수 있는 악어의 영혼을 원해서다. 4월 23일의 시. ‘세상의 절반 사랑하기/인간의 절반 증오하기/조금 열린 채로 조금 닫힌 채로’. 양안다는 “아무래도 달걀이 닭의 미래여야 한다”며 “닭이 아닌 달걀의 편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 ‘달걀의 시대. 저는 사람들이 깨진 모습으로 웃는 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