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늦게 뜨는 아침
필립 C. 스테드 지음 | 에린 C. 스테드 그림 |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 | 40쪽 | 1만5000원
“벌써 해 뜰 때가 지났는데….” 노새와 젖소와 조랑말은 걱정이 태산이다. 헛간 위 풍향계 돌아가는 소리만 끼익끼익 들리는 새벽. 세상은 잠들어 고요한데, 세 동물은 목을 길게 빼고 어둑어둑한 하늘을 쳐다본다. 해가 뜨지 않으면 농부 아주머니도 계속 잠만 잘 텐데. 그러면 아침도 먹을 수 없을 텐데.
똑똑한 올빼미가 조언한다. “세상 끝으로 가 봐. 거기 해가 쿨쿨 자고 있을걸.” 농장 마당 밖도 나가본 적 없는데 세상 끝으로 가라니. “어떻게든 용기를 내야지.” 젖소의 말에 조랑말이 맞장구를 친다. “우리는 용감해져야 해. 어디서 이런 용기가 솟아날까 싶을 만큼.” 해를 깨우는 방법을 아는 수탉과 함께 동물들은 길을 떠난다.
안온한 울타리를 벗어나는 데 용기는 필수. 아무리 작은 용기라 해도 값어치는 다르지 않다. 익숙한 틀을 깨고 처음 한 발을 내딛기가 힘들 뿐, 새로운 길 위엔 늘 새로운 세계가 기다린다.
잠든 양 떼의 털에 맺힌 이슬은 서늘하고, 옥수수 밭을 지날 땐 줄기가 몸을 스치며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여행은 떠나지 않았다면 못 만났을 신기한 경험의 연속. 잠자는 거인의 곁을 지나 가 닿은 세상의 끝에서, 세 동물은 무엇을 보게 될까.
함께 만든 첫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로 2011년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 칼데콧상을 받은 뒤 줄곧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부부 작가의 책. 저마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요즘 그림책들과 구별되는, 느릿느릿한 아날로그적 매력이 듬뿍 담겼다. 푸르스름한 새벽부터 황금빛 아침까지, 헛간과 마당부터 낡은 울타리와 길가 풀들까지, 손을 갖다 대면 폭신한 감촉이 느껴질 것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그 속에 깃든 고요와 평화가 읽는 이의 마음으로도 번져 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