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
제러미 덴크 지음 |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576쪽 | 2만3000원
제러미 덴크는 2013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한국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의 이중주 무대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그의 책이 독특한 것은 만 다섯 살 때 동네 피아노 선생님과의 첫 만남부터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될 때까지 받았던 레슨들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학생에서 또 한 명의 스승으로 거듭나는 피아니스트의 성장기인 동시에 음악책이라는 복합적 성격이야말로 책의 매력이다. 이 때문에 부모의 불화, 어머니의 알코올중독 같은 내밀한 고백과 작품 해석에 대한 속 깊은 통찰이 공존한다. 명피아니스트에게 레슨받기로 한 사실을 깜빡 잊고 밤새워 술 마시다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며 가까스로 연주를 마친 사연처럼 실수와 실패에 대한 고백들로 가득하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음악 교사들에게 바치는 러브 레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