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프트: 배신당한 남자들
수전 팔루디 지음 | 손희정 옮김 | 아르테 | 1144쪽 | 7만원
반(反)페미니즘 현상을 분석한 저서 ‘백래시’로 유명한 저자는 1990년대 가정 폭력 가해자 자조(自助) 모임에서 남성성의 위기를 발견한다. 대다수는 일자리나 집, 가족을 잃고 상처받은 남성들이었다. 군 기지가 폐쇄된 이후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게 된 군인은 여자 친구를 때리면서 자신이 “남자답다고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때 느낀 권력감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그러곤 다시, 남자도 아니라는 기분에 사로잡혔어요.”
팔루디는 6년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들’을 인터뷰했다. 성난 남성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물어봐 준 저자에게 수치심과 박탈감을 털어놨다. 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승리한 남성’이 되기 위해 발버둥쳤으나 오히려 ‘남성성’이라는 신화에 배신(stiffed)당했다. 저자는 남자들은 왜 자신을 옥죄는 ‘남자다움’에 저항하지 않는지 되묻는다. 1999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한국 사회의 ‘이대남’ 현상을 이해하고 젠더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