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 안 이상해!
장수정 글·그림 | 킨더랜드 | 40쪽 | 1만5000원
“나, 이상하지?”
아이는 오늘도 풀이 죽어 있다. 다른 친구들은 알록달록 예쁜 색깔 그림을 잘도 그리는데, 내 그림은 왜 새까맣기만 한 걸까. 다른 아이들은 급식이 맛있다고 잘만 먹는데, 왜 난 먹고 싶지 않을까. 모두들 깔깔 웃으며 보는 영화가 왜 나만 재미 없을까. 힘이 센 아이도, 공을 잘 차는 아이도, 뜀박질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 저마다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는데 왜 나만 없을까.
‘난 정말 이상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다가와 말한다. “아니, 넌 하나도 안 이상해.” 세상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친구는 아이의 까만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탁자 밑에 숨어 급식 대신 사탕을 나눠 먹으면서, 우산이 없어 혼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노란 우산을 씌워주면서 말한다. “아니, 안 이상해.” 세상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위로의 말이다.
그 말이 텍스트에 리듬을 입히는 솜씨 좋은 그림 속에서 노래처럼 춤추거나 푸른 빗방울이 돼 똑똑 떨어져 내린다. 노란 새의 깃털, 고소한 노란 팝콘, 노란 꽃 한 송이나 노란 과일 한 바구니가 되기도 한다. 모두 작가의 딸이 직접 쓴 손글씨다.
아이라고 마냥 즐겁고 행복한 날만 계속되진 않는다. 작은 말과 행동에 상처받기도 하고, 몸이 가라앉는 듯 우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화나고 답답한 날도 있을 것이다. “아니, 하나도 안 이상한데? 엄청 멋있어!” 믿음과 긍정의 말 한마디가 어쩌면 아이의 인생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은 부모일 수도, 교사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마침내, 까맣기만 했던 아이의 그림 속 나무에 빨간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