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 호르몬의 농간이야.”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때, 사랑에 빠져 정신 못 차리면서,
임신 중 널 뛰는 감정을 주체 못하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분비 내과 전문의로 암스테르담 대학의학센터 당뇨병 센터 소장인 저자가 쓴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는
그 ‘호르몬의 농간’을 의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호르몬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보면 부부가 왜 닮아가는지,
아들을 임신하면 딸을 가졌을 때 보다 왜 더 폭식하는지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쓸신잡 계열이지만 마냥 가볍지 않아서 적당한 지식과 적당한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나이 들수록 살 빼기 힘든 것도 임신 건망증도 ‘호르몬’ 때문]
일본 애서가 우치다 다쓰루 산문집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유유)를 펼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입니다.
도서관들이 이용자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니요.
저자는 규슈의 어느 시립도서관 이야기를 합니다.
이 도서관은 민간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했는데
업자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향토사 자료를 폐기하고,
본인 소유 회사의 불량재고였던 고서를 구입했다고요.
학술적인 분위기를 해쳤지만 카페를 들이는 등 유행을 따르다 보니
고객 만족도가 높아져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두 배가 되었답니다.
민간 위탁을 추진한 시장은 의기양양했고요.
저자는 ‘도서관의 사회적 유용성을 방문자 수나 대출 도서 권수 등의 수치로 판단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수요와 공급의 관계만을 중시하는 시장 원리주의자의 발상으로 보인다’
생각하던 중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말이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도서관이 사람 없고 조용하지 않으면 ‘책’이 이용자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고요.
결국 이는 독서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출 실적이 높을수록 좋은 책이고 그렇지 않은 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책의 본질, 인간이 책을 읽는 일이 어떤 경험인지 모를 거라고 저자는 말하네요.
안타깝게도 시대는 저자의 생각과는 역행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도서관을 거닐며 책과 교감 하는 기쁨을 누리는 일이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 싶어 씁쓸해 집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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