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김수경 옮김|사람과 나무사이|413쪽|2만원
인류 역사에 맥주의 등장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은 전자에, ‘음주운전’ 등 아름답지 않은 단어들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저자는 맥주의 두 얼굴이 때론 역사 속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고 전한다. 중세 가톨릭교회 부패를 비판하며 ‘95개조 반박문’을 쓴 마르틴 루터(1483~1546) 앞에 비서가 들고 나타난 아인베크 맥주가 그러했다. 1리터 도기에 든 진하디 진한 맥주를 원샷한 후 찾아온 취기가 황제와 각지 제후들 앞에 목숨을 걸고 비판문을 내걸 용기를 루터에게 전해줬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400년 후 맥주는 돌변한 얼굴로 위력을 발휘한다. 무대는 세계 최대 맥줏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독일 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 이곳에서 나치의 시발점이 된 대규모 정치 집회와 폭동을 일으킨 인물이 바로 단골손님이었던 아돌프 히틀러였다. ‘고작 맥주 한 잔에?’란 의심이 올라올 때쯤 맥주의 5000년 역사와 발상지를 더듬는 깨알 지식들이 신빙성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