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한테 이겨본 적 없듯, 풀한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웃음). 다만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몽스북)를 쓴 오경아(57) 가든 디자이너가 말했다. “정원이라는 공간은 나와 동반해 살아가는 공간이지 내 마음대로 되는 공간은 아니다”라는 것. ‘정원 가꾸기가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그가 종종 하는 말이다. “내가 심었다고 해서 내 뜻대로 자라주지 않아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지요. 너무 욕심을 부리면 힘들어져요.” 이제는 성인이 된 두 딸을 키우며 든 생각과도 닮았다.

저자는 한국에서 방송 작가로 일하다 영국 유학을 떠나 7년간 가든 디자인을 공부했다. 2014년부터는 강원 속초에서 산다. 신세계 스타필드 등 상업 공간과 수목원·공원, 주택 정원 등을 디자인했다. 가드닝 지침서도 다수 썼다. 일기나 칼럼을 엮어 책을 낸 적은 있지만,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에 대한 단상 등을 풀어놓은 ‘본격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 오 디자이너는 “올해로 속초 생활이 10년째다. 이곳에서 내 정원을 마음껏 가꾼 시간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원에서 얻는 교훈이 인생을 버티는 힘이 된다. “어떤 나무는 너무 성실하게 성장해서 잘려나가고, 어떤 나무는 너무 천천히 자라서 주눅이 드는데 그래서 결국 살아남기도 해요. 새옹지마죠.” 마음이 맞지 않는 상사 때문에 힘들어하던 큰딸에게 저자는 이런 말을 건넨다. “나를 밀쳐내는 사람도 훗날 따지고 보면 내 편이더라.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니까.”

/몽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