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이제 누가 녹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속한 건배사는 하지 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싶을 땐 댄스 플로어에 나오지 않는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엄수하리라는 확신 없이는 파티 자리에서 눈물 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문맥에서 벗어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는 반어적인 말을 하지도 않는다.”

왜일까요? “당신이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아도, 듣거나 본 다른 사람이 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패멀라 폴 에세이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생각의힘) 중 ‘무방비 상태’라는 글에서 읽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인 저자는 ‘X세대’라 불리는 50대 초반. 이언 매큐언 등 작가 55명 인터뷰집 ‘작가의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의 역설 중 하나는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며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가 앗아간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을 다룹니다.

우리는 옛 연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일을 상실했고, 친구 집에 전화를 걸 때의 예의를 잊었으며, 심지어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과도 작별했지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항상 최적화된 경로만을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로와 예상치 못한 우회로를 잃게 되는 일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훨씬 더 무형의 것이고 가장 되찾기 어렵다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능력’도 잃게 된다.”

인간이 테크놀로지 발달에 힘쓰는 건 신(神)의 경지에 오르고 싶어서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대한 통제와 예측은 신만이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헐겁고 불완전한 아날로그를 ‘인간적’이라 느끼는 것이겠지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