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칸 : 벽돌에 말을 걸다
웬디 레서 지음ㅣ김마림 옮김ㅣ사람의집ㅣ656쪽ㅣ3만원
1974년 뉴욕 펜실베이니아 기차역.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던 작은 체구 남성은 화장실로 들어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사망 전보의 주소가 잘못 기재돼 가족들은 며칠 뒤에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하나로 꼽히는 루이스 칸(1901~1974)의 마지막이었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마치 추리 소설처럼 주인공의 최후로 책장을 연다.
‘건물이 무엇이 되길 원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던 ‘빛과 공간의 건축가’인 루이스 칸에 대해 이 책은 그를 다룬 기존 평전들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보인다. 방대한 취재를 통해 본처와 두 명의 내연녀, 배다른 아이들까지 ‘세 가족’을 공평하게 부양했던 루이스 칸의 복잡한 사생활도 가감 없이 다룬다. 극적인 서사극 같다가도, 건축 평전임을 깨닫게 되는 건 챕터 사이 루이스 칸의 대표작인 ‘소크 생물학 연구소’ 등을 소개할 때. 현장감 있는 묘사 덕에 건물 속을 거니는 듯하다. 뉴욕타임스가 “칸의 삶과 경력에 대한 가장 완벽한 서사”라고 평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