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정부가 저출생 대책 마련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 번식만을 위해 교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정부가 계속 나서 번식을 부추기고 있는 걸 보고 있지면,
국가 구성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세수(稅收)나 노동력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불쾌한 건 여성의 몸을 공공재 내지는 출산 도구 취급한다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단지 돈이 없어서, 아이를 안 낳는다고 보기에는 저출생은 보다 복잡한 문제인 것이죠.
어떤 사람은 아이를 낳는 대가로 돈을 준다고 하면, 단지 돈을 바라고 아이를 낳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아이는 얼마나 불행하겠냐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인생은 고통인데, 아이를 낳아 그 고통 속으로 던져 넣는 것이 끔찍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난자 얼릴 돈을 줄 테니 아이 낳으라”고도 하지만,
난임시술은 사실 여성의 몸을 갈아넣는 행위라, 그 시술이 공포스러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복잡다단한데, 그걸 국가가 나서서 강요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지요.
관제(管制) 시스템에 개인은 항상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니까요.
차라리 저출생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AI 라든가 로봇 개발에 자원을 투자해
적은 인구로도 지탱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차피 중장년층이 예전보다 더 일해야 하는 사회가 왔으니, 그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인들이 길게 일할 수 있도록 노인들의 복지에 더 신경쓰는 것도 좋겠죠.
지난주 기획 ‘책으로 읽는 이슈’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준비했습니다.
[돈 주면 아이 낳는다는 건 '착각'… 저출생 대책은 왜 매번 실패했나]
몇 년 전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저출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출생 해결을 향해 달려온 방향과 조금 다른 시각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
["한글 만든 저력이면 좌우 갈등도 이겨낼 수 있어"]
최근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년간 하락했던 에세이 분야 판매가 큰 폭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신장률 19.1%로 각 분야 중 가장 높다고 하네요.
에세이 붐이 가장 활발했던 해는 2018년으로 기억합니다.
디즈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55만부 팔리며
교보문고·예스24·인터파크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었죠.
별다른 스토리 라인 없이 곰돌이 푸 캐릭터들이 ‘남을 위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보세요’ 라며
독자들을 다독이는 ‘힐링’ 계열이었습니다.
올해 교보문고 상반기 에세이 분야 1위는
미국 작가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지난해 11월 출간돼 현재까지 모두 16만부 가량 팔렸습니다.
‘뉴요커’ 직원이었던 저자는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합니다.
10년간 미술관서 일하며 상실의 아픔을 애도하는 과정을 적었습니다.
미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진 한 장 수록되지 않아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묵직한 내용인데도 꾸준히 사랑받고있는 건 유명인의 추천이 초기 판매를 견인하기도 했지만,
독자들 마음에 특별히 호소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겠죠.
미술관이란 어떤 공간이던가요? 저자는 말합니다.
이는 에세이의 본령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왜 에세이를 읽나요?
나와 마찬가지로 흠결 많은 인간이, 자신의 삶과 사고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들여다보고 싶어서일 겁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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