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물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332쪽 | 1만9000원
헝가리 출신 생화학자 커털린 커리코(69)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한 그의 mRNA 연구는 고국에서도 이민 간 미국에서도 인기가 없었고 늘 연구비 부족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세계는 팬데믹 초기에 mRNA 백신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커털린은 작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저자는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30여 년간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썼다. 탈중심화된 세계에서 아이디어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흐르며, 창의적 혁신은 아웃사이더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책 제목 ‘거대한 물결’은 유명한 일본 에도시대 풍속화 우키요에(浮世絵)의 제목. 기술이 힘의 비대칭을 낳고, 하향식 구체제는 무너지며, 고질라처럼 기후변화의 재앙이 덮쳐오는 현재의 세계를 닮았다.
아웃사이더의 부상은 재앙이 되기도 한다. 국제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며 유럽을 다시 강대국이 약한 이웃 국가를 먹어 치우는 정글로 만들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광고에 써먹을 만큼 우상 파괴자를 자처했던 애플은 기술 장벽으로 독점적 이익을 긁어모으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탐욕의 상징이 됐다. 신문 기사처럼 간명해 경쾌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