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주의

줄리아 로벨 지음 | 심규호 옮김 | 유월서가 | 792쪽 | 4만3000원

어린 시절, 이탈리아 소설 ‘돈 카밀로와 페포네’를 읽다가 ‘중공’의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 사상이 유럽 시골까지 침투한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좀 더 커서 접한 장뤼크 고다르의 프랑스 영화 ‘중국 여인’에선 누벨바그 감독까지 마오 사상에 심취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한국 대학가의 필독서 중 하나는 미국 기자 출신 에드거 스노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이었다. 그 주인공은 마오쩌둥이었다.

영국 런던대 교수인 저자가 2019년 쓴 이 책의 부제는 ‘전 세계를 휩쓴 역사’다. 마오주의(Maoism)는 서구를 휩쓴 68혁명의 배경이었으며 인도차이나에선 대규모 학살의 배후 사상이었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불공정을 제거하려면 폭력적 반란이 불가피하다는 마오주의는 ‘굴욕을 당하는 가난한 나라 중국이 이를 통해 역경을 딛고 세계 지도 국가의 자리에 부상할 수 있었다’는 매력에 힘입어 탈식민지·탈제국주의가 급선무였던 제3세계 국가로 파고들었다.

그런 국제적 마오주의의 시발점이 바로 책 한 권, ‘중국의 붉은 별’이다. 그러나 그 책은 정치적 목표가 뚜렷한 프로파간다였다. 마오주의는 번역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왜곡됐다. 서구의 마오주의자들은 그 사상을 ‘소외된 소수민족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정작 중국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소수민족은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세계에서 마오주의의 실천 과정을 통해 희생된 것은 농촌 빈민층이었다. 이제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중국은 마오주의 전략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경계해야 마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