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상하도

톈위빈 지음 | 김주희 옮김 | 글항아리 | 256쪽 | 2만2000원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절기인 청명(淸明)은 대체로 양력 4월 초다. 그런데 그림 속에는 부채를 지닌 사람이 등장한다. 어떻게 된 것인가? 이때 사람들은 흙먼지를 막는 용도로 쓰는 등 지금의 핸드백처럼 부채를 휴대하는 생활 습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중국 최고의 국보로 일컬어지는 12세기 북송 때의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다. 한림학사 장택단이 그린 이 풍속화는 세로가 24.8㎝인데, 중요한 것은 가로의 길이다. 무려 528.7㎝로, 두루마리를 풀어내면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이다. 거기엔 지금의 허난성 카이펑인 북송의 수도 변경에서 청명절을 지내는 도성 인파의 모습이 대단히 치밀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됐다. 사람 814명, 동물 60마리, 건축물 30채, 선박 28척, 나무 170그루가 그려졌다.

중국 전통 회화 전문가인 저자는 이 한 작품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분석해 책 한 권을 썼다. 새벽 녘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에 숯을 싣고 길을 나서는가 하면, 비단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주점에서 술꾼들이 잔을 기울이고, 가면을 쓴 채 연기하는 배우도 있다. 당대의 문화는 물론 사회·경제의 다채로운 풍경이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