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식당에 오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죠. 어떤 역사를 지녔지? 셰프는 어떤 사람이지? 여러 식당을 거치며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은 음식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손님들은 사람을 기억하죠.”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휩쓴 미국 드라마 ‘더 베어’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가 은퇴를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결국, 오프라인’(디자인하우스)을 연이어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책의 핵심 메시지가 위 대사에 다 들어있었다.
성수동 팝업 시대의 개척자인 저자 최원석 대표는 자신을 성수동의 ‘스티브 잡부’라고 칭한다. 현장에서 실행의 디테일을 챙겨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온라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할 때, 역설적으로 그는 오프라인 마케팅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애매할 때는 꾸준한 실행과 증명이 답”이라며 전진한다. 6년 동안 그가 기획한 팝업 스토어는 무려 300건이 넘는다. 한 주에 하나씩 오픈을 한 셈인데, 빠른 속도로 경험을 축적해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배움의 결과물이 이 책의 핵심이다.
팝업의 사전적 정의는 짧게 운영되는 임시 매장이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팝업의 가치는 고객과 브랜드가 직접 만나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저자가 꼭 하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왜 팝업을 하려고 하는가? 무슨 목적 때문인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 하지만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료하지 않은 채 전투에 나설 때 백전백패하는 것은 사업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2023년 6조원을 넘어섰고 가성비가 구매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요즘, 저자는 팝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명확한 찰나의 신(scene)’을 고객의 마음에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 잊히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브랜드 메시지가 잘 설계된 공간에서 고객이 상품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만들 때, 고객은 가격을 따지는 대신 가치를 누리기 위해 지갑을 연다. 그제야 비로소 사람과 브랜드 간의 관계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