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철
카차 호이어 지음ㅣ이현정 옮김ㅣ마르코폴로ㅣ328쪽ㅣ2만5000원
1871년 1월 17일, 프로이센의 국왕 빌헬름 1세는 “내일은 내 평생에 가장 불행한 날이 될 것”이라며 흐느껴 울었다. 영원한 프로이센의 국왕으로 남고 싶었던 빌헬름 1세는 이튿날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뜻대로 독일 제국의 황제 자리에 올랐다. 비스마르크는 최초의 독일 민족국가를 선포하고, 국왕과 총리가 나란히 통치하는 정치 구조를 확립했다.
1871년 독일 제국의 시작부터 1918년 파멸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담았다. 비스마르크는 흩어져 있던 39개의 개별 제후국을 어떻게 단일 국가로 이끌었을까. 그에게 국가란 이음매 없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적들의 피로 성급히 이어 붙인 모자이크”에 가까웠다. “오늘날의 중대한 문제는 철과 피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신의 연설처럼 그는 국민적 통합을 위해 외부의 적을 이용했다.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동원했던 비스마르크의 정치 스타일을 역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규율과 복종을 중시하는 독일인에 대한 심리적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순종이 단골 주제였던 그림 형제의 동화가 여러 세대에 걸쳐 문화적 유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피와 철로 세워진 국가가 피와 철로 몰락하기까지 과정을 다각도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