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과 새
조오 글·그림 | 창비 | 56쪽 | 1만6000원
‘쿵.’
종일 함께 도시의 하늘을 날았다. 새들에게 도시는 높이 솟은 건물과 울퉁불퉁한 구조물로 가득한 미로 같았다. 그 속을 아슬아슬 누비며 보낸 하루, 까마귀와 참새는 신호등 가로대 위에 내려앉았다. “오늘도 즐거웠어.” “응, 내일 또 만나.” 날개를 흔들어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 바로 다음 순간, 까마귀는 ‘쿵’ 소리를 듣는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참새가 투명한 유리창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 것이다.
다친 참새를 안고 집에 온 까마귀는 오래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다. 참새처럼 작은 새가 날개를 펼쳐도 통과할 수 없는 간격은 가로 5㎝, 세로 10㎝. 그 간격으로 점을 찍는다면, 참새도 투명한 유리창인 걸 알아보고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까마귀와 참새는 함께 도시의 투명한 유리창에 점을 찍기 시작한다. 둘뿐인 줄 알았는데, 더 많은 새들이 함께 유리창에 점을 찍고 선을 긋는다. 도시의 풍경이 새들이 그린 점과 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새들에게 도시의 투명한 유리창은 하늘에 놓인 덫과 같다. 눈 깜짝할 새 목숨을 앗아가버린다. 2018년 국립생태원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조류 약 800만 마리가 건물의 투명한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폐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까마귀가 생각해낸 상하 5㎝, 좌우 10㎝ 이하 간격의 패턴 무늬는 실제 법으로도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결말엔 슬픈 반전이 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는 않는다. 함께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면, 언젠가 도시의 유리창마다 점이 찍히고 선이 그어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어디 유리창 무늬뿐이랴. 변화는 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