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는 1990년 공산권 붕괴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알려졌다. 40년 넘게 독재자로 군림한 엔베르 호자 총리 치하에서 자본주의 도입까지, 알바니아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직접 경험한 저자가 쓴 시대 전환기에 관한 회고록. 예리한 통찰력으로 ‘자유란 무엇인가’ 묻는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선정 올해의 책. 저자는 영국 런던정경대(LSE) 정치이론 교수 레아 이피,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1만9800원.
예술 도둑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행적과 내면을 좇는다. 1994~2001년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의 작품을 훔쳤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조원어치. 그러나 그는 ‘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아름다움에 둘러싸이고자 훔쳤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예술 해방가’라 칭하는 이의 비틀린 욕망에 질문을 던진다.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생각의힘, 1만7800원.
고요한 읽기
43년 차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 세계에는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이라는 두 기둥이 세워져 있다. 이번 산문집은 그 위에 지은 집 같다. ‘왜 쓰는가’ ‘어떻게 문학을 할 것인가’에 관해 구도자처럼 몰두해온 그가 쓴 문학 에세이. 소설가에게 ‘고요히 읽는다’는 것은 부러 조용한 곳에서 혼자이기를 자처해 몰두하는 어떤 과정이다. 깊이 가라앉아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을 탐색하는 시간을 독자와 나눈다.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1만7000원.
피아니스트를 위하여
조성진과 임윤찬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옛 피아노 거장에 대한 흠모와 경외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라흐마니노프부터 글렌 굴드까지 피아노 거장 15명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한 이 책이 힌트를 준다. 피아노만큼 비행기 조종과 경주용 자동차 운전에도 심취했던 미켈란젤리 같은 흥미로운 일화뿐 아니라 실연(實演)과 음반 해설, 인터뷰를 통해서 옛 거장들의 면모를 깊이 있게 살피고 있다. 김주영 지음, 부커스, 1만8000원
한국인의 기원
한국인은 북방계의 영향을 받아 몽골인과 유사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고유전체 연구는 한국인에 영향을 준 북방계가 알타이 산맥이나 바이칼 호수 주변이 아닌, 남쪽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한다. 고유전체, 고고학 자료, 고기후 데이터를 두루 살핀다. 사피엔스는 왜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했을까. 막연한 추론에 그쳤던 한국인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 바다출판사, 2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