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을 쓰는 것은 손으로 하는 명상이자 요가나 다를 바 없어요.”

‘만년필의 탐심’(틈새책방)을 펴낸 박종진(55) 만년필 연구소장이 말했다. 열 살 무렵 가짜 에릭서(ERIXER) 만년필을 500원에 산 것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3000여 개의 만년필을 모으고 연구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일본 만년필 클럽 ‘와구나’를 초청해 매년 ‘서울 펜쇼’를 주최한다. 그는 “만년필은 필기구를 넘어 특별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누적된 피로감에 아날로그로 돌아오려는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돼준다”고 했다.

만년필은 제대로 써야 한다. 부드럽게 감싸듯 만년필을 잡고 펜을 세우는 각도는 45~55도를 유지해야 한다. 잉크는 공인된 제조사의 것을 넣고, 예민한 펜촉을 보호하기 위해 글을 쓰고 나면 뚜껑은 바로 닫아야 한다. 박 소장은 “만년필을 쓰는 일련의 과정은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명상·요가와도 같다”면서 “수련하듯 사용하다 보면 펜 끝이 어느 정도 마모되면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다. 비로소 나만의 ‘유일무이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필기구와의 차이점은 뭘까. 그는 “만년필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박목월 선생과 만년필 ‘파커 45′의 수수께끼, 김정은과 트럼프가 사용한 펜에 관한 이야기, 히틀러가 사용한 만년필 추적기 등. 만년필을 통해 역사적 사건과 사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만년필의 물성(物性)에 끌려 입문하더라도, 만년필에 묻은 인문(人文)의 흔적에 빠지기에 손색없다”라고 했다. “독자들도 만년필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으면 좋겠습니다.”

'만년필의 탐심' 박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