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그림을 일주일 동안 보고 나서 평생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림은 잠깐 보고 평생 생각할 수도 있다.”

도나 타트 소설 ‘황금방울새’에서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이 말을 발견하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황금방울새’는 미술관 폭발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우연히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황금방울새’를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예술품에 매혹되는 인간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미로의 말을 곱씹으며 질문하게 됩니다. ‘왜 어떤 그림은 잠시 스쳤을 뿐인데도 평생 마음속에 자리하는 걸까?’

주인공 소년의 멘토는 그 답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그림이 정말로 마음을 움직여서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 ‘아, 난 이 그림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좋아’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사람이 어떤 예술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아니야. 그걸 좋아하게 만드는 건 좁은 통로에서 들려오는 비밀스러운 속삭임이지. 쉿, 그래, 너. 아주 사사롭게 마음을 건드리는 거야.”

결국 어떤 예술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작품과의 사적인 ‘관계’에서 빚어진다는 이야기지요. 사람 간 관계와 마찬가지로 작품과 인간 간에도 인연이 작용합니다. 미술관 벽에 걸린 수많은 그림 중 특히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 점이 존재하는 이유를 ‘인연’이라는 말 외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Books가 소개한 마크 로스코 관련 서적 외에도 이중섭을 주인공으로 한 김탁환 소설 ‘참 좋았더라’ 등 프리즈 서울 개막에 맞춰 미술 관련 책이 특히 많이 쏟아진 한 주였습니다. 가을 아트 시즌이 시작되었죠. 이번 주말엔 전시장에서, 혹은 책장을 넘기다 도판으로라도 인연이 닿는 그림 한 점 꼭 만나시길 빕니다. 곽아람 Books 팀장